2026-09-23 · 정은서 (수석연구원)

전인공심장(TAH)이란 무엇인가요? 자기부상 티타늄 펌프 바이바코와 맥박 없는 순환으로 보는 2026 말기 심부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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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공심장(TAH)이란 무엇이고 어디까지 왔나요

전인공심장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심장을 돕는 장치와 심장을 통째로 대체하는 장치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좌심실보조장치(LVAD)가 약해진 심실을 옆에서 거드는 기계라면, 전인공심장(TAH, Total Artificial Heart)은 양쪽 심실을 모두 떼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가는 기계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바이바코(BiVACOR) 전인공심장은 성인 주먹 크기의 티타늄 회전식 혈액펌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고 2024년 6월 시작된 초기 타당성 연구(EFS)가 2026년 12월 종료를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전인공심장이 아니라 LVAD가 중심이며, 2018년 건강보험 적용 이후 465건을 분석한 결과 1년 생존율 83.1%, 2년 생존율 77.2%가 보고됐습니다.

목차

심장이식만으로는 왜 부족한가

말기 심부전의 최종 치료는 심장이식입니다. 문제는 공급입니다. 기증 심장은 뇌사자에게서만 나오고, 혈액형과 체격, 면역 적합성까지 맞아야 합니다. 대기는 보통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립니다.

기다리는 동안이 위험합니다.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1년 생존율이 20~30% 수준으로 보고될 만큼, 대기 자체가 사망 위험이 높은 구간입니다. 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식까지 버티게 해주는 다리 역할, 이른바 가교 치료(bridge to transplant)입니다.

기존 해법은 LVAD였습니다.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보조 펌프를 달아 대동맥으로 혈류를 밀어주는 방식입니다. 효과는 확인됐습니다. 다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양쪽 심실이 모두 망가진 경우에는 좌심실만 도와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심실 부전이 동반되면 LVAD를 달아도 순환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심근이 구조적으로 붕괴된 경우, 악성 부정맥이 반복되는 경우, 심장 종양이나 광범위 경색으로 심장 자체를 남겨둘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에게 남는 선택지가 전인공심장입니다.

이식 대기 7개월, 병상에서 계산하던 숫자들

국내 상급종합병원 심장내과 의료진이 학술발표에서 공유한 사례를 요약합니다. 50대 남성으로, 확장성 심근병증이 진행돼 양심실 기능이 함께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약물로 버텼습니다. 이뇨제와 강심제를 조절하며 외래로 관리하다가, 입원이 잦아지면서 이식 대기 등록을 했습니다. 문제는 우심실이었습니다. LVAD 삽입을 검토했지만 우심실 기능이 이미 떨어져 있어 LVAD 단독으로는 순환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기 기간은 7개월이었습니다. 그 사이 중환자실 입실이 세 번, 강심제 정맥 투여가 상시화됐습니다. 의료진이 가장 많이 들여다본 숫자는 심박출량이 아니라 신장 기능과 간 기능 수치였다고 합니다. 심장이 못 미는 혈액은 결국 다른 장기를 먼저 망가뜨리고, 다른 장기가 망가지면 이식수술 자체를 견디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는 다행히 기증 심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발표에서 의료진이 강조한 대목은 결과가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우리가 싸운 상대는 심부전이 아니라 시간이었습니다." 전인공심장이 필요한 이유를 이보다 간결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인공심장은 어떻게 작동하나

전인공심장은 좌심실과 우심실을 절제하고 그 자리에 기계 펌프를 연결합니다. 심방은 남기고, 대동맥과 폐동맥에 인공 혈관으로 이어 붙입니다. 전원은 몸 밖의 배터리에서 피부를 관통하는 선을 통해 공급됩니다.

구동 방식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공압식 박동형

주머니 형태의 심실을 공기압으로 눌러 피를 밀어냅니다. 자연 심장과 비슷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므로 맥박이 잡힙니다. 오랜 기간 임상에 쓰인 방식이지만 구동 장치가 크고, 움직이는 부품이 많아 내구성에 제약이 있습니다.

회전식 연속류형

임펠러를 고속으로 돌려 혈액을 계속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부품이 단순해 내구성이 높고 장치가 작습니다. 대신 혈류가 끊기지 않고 흐르기 때문에 맥박이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혈압을 팔에서 재기 어려워지는 등 임상 관리 방식이 달라집니다.

최근 개발 흐름은 회전식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LVAD가 이미 같은 경로를 거쳤습니다. 박동형에서 연속류형으로 넘어가면서 장치가 작아지고 고장이 줄었습니다.

바이바코가 바꾼 설계 원리

바이바코 전인공심장의 핵심은 회전자를 자기부상으로 띄운다는 점입니다. 임펠러가 베어링에 닿지 않고 자기장 안에 떠 있는 구조라, 마모될 접촉면이 없습니다. 기계 장치의 수명을 결정하는 가장 흔한 요인이 마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설계입니다.

디스크 하나가 양쪽 순환을 동시에 담당합니다. 한쪽 면은 전신으로, 다른 쪽 면은 폐로 혈액을 보냅니다. 회전자의 위치를 미세하게 옮겨 양쪽 유량 비율을 조절합니다. 펌프 두 개를 넣는 대신 하나로 해결한 구조여서 장치가 성인 주먹 크기에 머뭅니다.

재질은 티타늄입니다. 혈액과 닿는 면의 특성이 혈전 형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임상 진입 전 체외 혈액적합성 평가가 별도 논문으로 발표될 만큼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임상 경과도 축적되는 중입니다. 2024년 11월 22일 호주 시드니 세인트빈센트병원에서 이식이 이뤄졌고, 초기 임상 경험은 국제심폐이식학회지(JHLT)에 보고됐습니다. FDA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이 초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려졌으며, 당초 5명으로 설계된 EFS는 2024년 말 15명을 추가해 20명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LVAD와 TAH는 무엇이 다른가

두 장치는 이름이 비슷해 혼동되지만 적응증과 수술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구분LVADTAH
대상좌심실 부전 중심양심실 부전, 심장 보존 불가
자기 심장남김심실 절제
회복 가능성심근 회복 시 제거 사례 있음되돌릴 수 없음
주된 목적가교 치료·영구 치료주로 가교 치료
국내 보험2018년 적용미적용

표에서 가장 무거운 칸은 되돌릴 수 없음입니다. 심실을 잘라냈기 때문에 장치가 멈추면 대안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인공심장은 LVAD보다 훨씬 좁은 적응증에서, 다른 선택지가 모두 닫힌 뒤에 논의됩니다.

누가 대상이 되고 무엇을 평가하나

전인공심장은 원하는 사람이 받는 치료가 아닙니다. 다른 선택지가 모두 닫혔다는 판단이 선행돼야 합니다. 평가는 대개 심장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마취과, 중환자의학, 사회복지, 재활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회의에서 이뤄집니다.

주로 보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양심실 부전의 확인 — 우심실 기능이 함께 떨어져 LVAD 단독으로 순환 유지가 어려운지를 심초음파와 우심도자 검사로 판단합니다
  • 다른 장기의 여력 — 신장과 간이 이미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면 장치를 달아도 결과가 나빠집니다
  • 흉강 공간 — 장치가 들어갈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는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계측합니다. 체격이 작은 환자에게 기존 장치가 맞지 않았던 것이 바이바코가 크기를 줄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 감염과 출혈 위험 — 활동성 감염이 있거나 항응고 치료를 견디기 어려운 출혈 성향이 있으면 시기를 미룹니다
  • 돌봄 환경 — 배터리 교체와 드레싱을 매일 관리할 수 있는 보호자와 주거 조건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마지막 항목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기계 자체는 병원 밖에서도 돌아가지만, 관리가 무너지면 구동선 감염으로 이어집니다. 장치 치료의 성패가 수술실이 아니라 집에서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학제 회의에 사회복지 영역이 들어가 있습니다.

국내는 어디쯤 와 있나

국내에서 전인공심장은 아직 상용 단계가 아닙니다. 현재 축은 LVAD입니다.

2018년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2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지만, 적응증을 충족하는 가교치료 환자와 일부 영구 치료 환자는 본인부담 5% 수준, LVAD 삽입술 기준 약 700만 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성적도 보고됐습니다. 2018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시행된 삽입형 심실보조장치 치료 465건을 분석한 결과 1년 생존율 83.1%, 2년 생존율 77.2%였습니다. 이식 대기 환자의 1년 생존율이 20~30%대로 보고되던 상황과 비교하면 장치 치료가 대기 구간을 어떻게 바꿨는지 드러납니다.

전인공심장이 국내에 들어오려면 몇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해외 허가 획득, 국내 수입 허가, 급여 등재, 시술 가능 기관 지정이 순서대로 필요합니다. 다만 국내 의료진이 참여하는 국제 임상이 열릴 가능성은 열려 있고, 양심실 부전 환자를 위한 치료 공백이 분명한 만큼 논의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남은 과제와 앞으로의 임상

과제는 명확합니다.

  • 혈전과 출혈의 균형 — 기계 표면과 혈액이 닿으면 응고가 촉진되므로 항응고제를 씁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출혈 위험이 올라갑니다. 이 줄타기가 장치 치료의 오래된 난제입니다.
  • 경피 구동선 감염 — 전원선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구조라 감염 경로가 상시 열려 있습니다. 무선 경피에너지 전달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맥박 없는 순환의 장기 영향 — 연속류형 장치를 단 환자에게서 위장관 출혈이나 대동맥판 문제가 보고돼 왔습니다. 맥동이 사라진 혈류가 혈관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는 아직 관찰 중입니다.
  • 영구 치료로의 확장 — 현재 목표는 이식까지의 가교입니다. 장치만으로 수년을 사는 영구 치료로 가려면 내구성 데이터가 훨씬 길게 쌓여야 합니다.

2026년 3월 미국외과학회 회보는 전인공심장 기술이 "실질적인 추진력"을 얻으며 결정적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EFS 종료와 함께 나올 20명 규모의 데이터가 다음 단계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전인공심장은 심부전 치료의 마지막 칸을 채우는 장치입니다. 약물이 듣지 않고, LVAD로는 부족하며, 기증 심장은 아직 오지 않은 구간. 그 좁은 자리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지금 이 기술의 역할입니다. 영구 치료로 넘어갈지는 앞으로 쌓일 데이터가 답할 문제고, 적어도 지금은 이식까지 살아서 도착하게 만드는 일이 목표입니다.

FAQ

전인공심장을 달면 맥박이 없다는데 사실인가요? 회전식 연속류형 장치는 혈액을 끊김 없이 밀어내기 때문에 손목에서 맥이 잡히지 않거나 매우 약하게 잡힙니다. 일반 혈압계로 혈압을 재기도 어려워 도플러 장비를 씁니다. 응급 상황에서 의료진이 오인하지 않도록 환자가 장치 정보를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도나 안전성은 어느 정도까지 확인됐나요? 바이바코는 아직 초기 타당성 연구 단계이며 FDA 정식 승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소수 환자의 초기 임상 경험과 체외 혈액적합성 평가 결과입니다. 안전성 판단에는 더 많은 증례와 장기 추적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일상생활은 가능한가요? LVAD 환자의 경우 배터리와 컨트롤러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외래 통원과 가벼운 활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수영이나 목욕처럼 구동선이 물에 닿는 활동은 제한되고, 배터리 교체와 드레싱 관리가 매일의 일과가 됩니다. 전인공심장도 기본 구조는 비슷합니다.
비용은 얼마나 들고 보험은 되나요? 국내에서 전인공심장은 급여 대상이 아닙니다. LVAD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적응증을 충족하면 삽입술 기준 본인부담이 약 700만 원 수준입니다. 이후 소모품과 외래 관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기존 인공심장과 무엇이 달라진 건가요? 가장 큰 차이는 구동 방식과 크기입니다. 기존 공압식 장치는 주머니를 공기압으로 눌러 맥박을 만드는 방식이라 구동 장치가 크고 움직이는 부품이 많았습니다. 바이바코는 자기부상 회전자 하나로 양쪽 순환을 담당해 접촉 마모가 없고 장치가 작습니다. 내구성 설계의 전제 자체가 바뀐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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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