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2 · 한지우 (연구위원)

펄스장 절제술(PFA)이란 무엇인가요? 열 없이 심방세동을 지우는 전기천공 치료와 국내 1000례, 2026 완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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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장 절제술은 기존 심방세동 시술과 무엇이 다른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펄스장 절제술(PFA, Pulsed Field Ablation)은 열 대신 마이크로초 단위의 고전압 전기장으로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심근세포만 골라 제거하는 비열성 부정맥 시술입니다. 고주파처럼 조직을 태우거나 냉각풍선처럼 얼리지 않기 때문에 식도 손상이나 횡격막 신경 마비 같은 주변 조직 합병증 위험이 구조적으로 낮고, 시술 시간도 1시간 안팎으로 기존 전극도자 절제술의 절반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는 2024년 12월 첫 시술 이후 1년 7개월 만인 2026년 7월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1,000례를 돌파했는데요. 이 1,000례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합병증은 0건이었습니다. 다만 아직 비급여 시술이고 5년 이상 장기 추적 데이터는 쌓이는 중이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목차

시술실의 40분: 국내 1,000례가 보여준 변화

부정맥 시술실을 참관해 본 사람이라면 기존 고주파 절제술의 긴장감을 기억할 겁니다. 카테터 끝이 식도와 가까운 좌심방 뒷벽에 닿을 때마다 식도 온도계를 확인하고, 에너지를 끊었다 이어가며 한 점 한 점 지지는 과정이 두 시간 넘게 이어지곤 했습니다. 펄스장 절제술 시술실의 풍경은 꽤 다릅니다. 대퇴정맥으로 들어간 꽃잎 모양 카테터가 폐정맥 입구에 자리를 잡으면, 마이크로초 단위의 전기 펄스가 몇 초 만에 한 부위의 절제를 끝냅니다. 폐정맥 네 곳을 도는 전체 시술이 40분에서 1시간 안팎에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환자 입장에서는 마취에서 깨어나 "벌써 끝났느냐"고 묻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숫자는 이 인상을 뒷받침합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부정맥센터는 2024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펄스장 절제술을 시행한 뒤 2026년 7월 1,000례를 넘어섰습니다. 1,000례 전체에서 생명에 영향을 주는 중대 합병증은 0건, 뇌졸중 0.2%, 심장압전 0.4%, 혈관 관련 합볍증 0.2%로 집계됐습니다. 정보영 부정맥센터장은 이 성적을 바탕으로 병원이 파라펄스·베리펄스의 국내·국제 교육센터로 지정돼 중국·홍콩·싱가포르 의료진 교육까지 맡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새 시술이 도입 1년 반 만에 교육 수출 단계까지 간 사례는 국내 부정맥 분야에서 흔치 않습니다.

전기천공이라는 원리: 열을 버리자 무엇이 달라졌나

핵심은 에너지원을 열에서 전기장으로 바꾸면서 조직 선택성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심방세동과 기존 시술의 구조적 딜레마

심방세동은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못하고 잘게 떨리는 부정맥으로, 방치하면 뇌졸중 위험이 크게 올라갑니다. 대한부정맥학회 2024 심방세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2.2%로 10년 새 2배가 됐고, 80세 이상에서는 13%에 달합니다. 2022년 한 해에만 약 11만 5천 명이 새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병입니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심방세동의 표준 치료는 전극도자 절제술입니다. 폐정맥 주변 심근을 절제해 비정상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인데, 지금까지는 고주파로 태우거나(고주파 절제술) 아산화질소로 얼리는(냉각풍선 절제술) 열 에너지에 의존했습니다. 문제는 열이 조직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좌심방 바로 뒤에 붙어 있는 식도, 옆을 지나는 횡격막 신경, 폐정맥 자체까지 함께 손상될 수 있어 드물지만 치명적인 식도 누공, 신경 마비, 폐정맥 협착이 계속 보고돼 왔습니다.

세포막에 구멍을 내는 비가역적 전기천공

펄스장 절제술은 이 딜레마를 다른 물리 현상으로 풉니다. 마이크로초 단위의 고전압 펄스를 걸면 세포막에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이 뚫리는 전기천공(Electropor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일정 역치를 넘으면 구멍이 다시 닫히지 않아 세포가 사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포 종류마다 이 역치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심근세포는 역치가 낮아 먼저 반응하고, 식도·신경·혈관 세포는 같은 세기의 전기장에서 상대적으로 잘 버팁니다. 에너지 세기를 심근세포만 넘어서는 구간에 맞추면, 열로는 불가능했던 조직 선택적 절제가 가능해지는 것인데요. 열 전도를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한 부위 절제가 몇 초면 끝나고, 전체 시술 시간도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구분고주파·냉각풍선(열 절제)펄스장 절제술(PFA)
에너지원고주파 열·아산화질소 냉각마이크로초 고전압 전기장
조직 선택성없음(열이 주변 조직에 전달)심근세포 우선 반응
식도·신경 손상드물지만 치명적 사례 보고대규모 등록연구에서 0건 수준
시술 시간통상 2시간 이상40분~1시간 안팎
국내 도입표준 치료로 정착2024년 12월 첫 시술, 비급여

ADVENT 임상과 FDA 승인: 근거는 어디까지 왔나

한 줄로 요약하면, 무작위 대조 임상에서 열 절제술과 대등한 효과가 확인됐고 실제 임상 등록연구에서는 안전성 이점이 두드러집니다.

전환점은 2023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실린 ADVENT 임상이었습니다.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 607명을 펄스장 절제술과 기존 열 절제술에 무작위 배정해 1년을 추적했더니 치료 성공률이 각각 73.3%와 71.3%로, 새 시술이 기존 시술에 뒤지지 않는다는 비열등성이 입증됐습니다. 메드트로닉의 펄스셀렉트를 검증한 PULSED AF 임상도 주요 안전성 사건 발생률 0.7%라는 낮은 수치를 보고했는데요.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 FDA는 2023년 12월 펄스셀렉트(PulseSelect), 2024년 1월 파라펄스(Farapulse)를 잇따라 승인했고, 2025년 7월에는 파라펄스의 적응증을 지속성 심방세동까지 넓혔습니다.

실제 진료 현장 데이터는 안전성 쪽에서 더 인상적입니다. 1만 7천 명 이상을 모은 MANIFEST 다국가 등록연구에서 영구적 횡격막 신경 마비, 폐정맥 협착, 식도 손상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열 절제술 시대에 시술자를 가장 괴롭히던 세 가지 합병증이 사실상 사라진 셈입니다. 다만 연구자들은 관상동맥 연축이나, 짧은 시간에 펄스를 과도하게 반복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용혈(적혈구 파괴)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이상 반응은 계속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열의 합병증이 사라진 자리에 전기장 고유의 감시 항목이 새로 생긴 것입니다.

정리하면 근거의 무게중심은 이렇게 잡을 수 있습니다. 효과는 기존 시술과 대등하다는 것이 무작위 임상의 결론이고, 안전성은 실제 임상 데이터가 기존 시술보다 유리하다는 신호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의 주요 부정맥 센터들은 발작성 심방세동의 첫 절제술에서 펄스장을 우선 선택지로 옮겨가는 추세인데요. 다만 10년 단위의 장기 재발률 비교는 아직 어떤 기술도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국내 도입 현황과 비용: 파라펄스·베리펄스·펄스셀렉트

요약하면 글로벌 3사 제품이 모두 식약처 허가를 받아 경쟁 중이고, 시술은 아직 비급여입니다.

데일리팜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의 파라펄스가 2024년 4월 카테터, 9월 제너레이터 허가를 받아 가장 먼저 진입했고,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의 베리펄스(Varipulse)가 2024년 8월, 메드트로닉(Medtronic)의 통합형 시스템이 2025년 1월 뒤를 이었습니다. 2024년 12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면서 시술 길이 열렸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지 않아, 병원과 가입한 실손보험에 따라 환자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420억 원에서 2029년 720억 원으로 연평균 11.1% 성장이 전망됩니다.

제품제조사국내 허가특징
파라펄스(Farapulse)보스턴사이언티픽2024년 4월(카테터)·9월(제너레이터)국내 첫 시술, 꽃잎형 카테터
베리펄스(Varipulse)존슨앤드존슨2024년 8월카토(CARTO) 3D 매핑 연동
펄스셀렉트 계열메드트로닉2025년 1월고주파·펄스장 겸용 라인업 확장

병원을 고를 때 경험 건수를 물어봐야 하는 이유

새 시술은 장비만큼 시술자의 학습곡선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펄스장 절제술은 열 절제술보다 조작 단계가 단순해 학습곡선이 짧다고 알려져 있지만, 카테터를 폐정맥 입구에 정확히 밀착시키는 감각과 환자별 해부학적 변이에 대응하는 판단은 여전히 경험에서 나옵니다. 세브란스가 도입 1년 7개월 만에 1,000례를 쌓으며 아시아 의료진 교육까지 맡게 된 것도 이 축적의 가치를 보여주는데요. 시술을 앞둔 환자라면 해당 병원의 누적 건수와 합병증 통계를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확인 방법입니다. 경북대병원 등 협력 병원으로 시행 기관이 늘고 있어 접근성은 점차 나아질 전망입니다.

시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심방세동은 발견이 먼저입니다. 발작성 심방세동은 증상이 왔다 사라져 일반 심전도로는 놓치기 쉬운데요. 겉보기 정상 심전도에서 숨은 심방세동을 찾아내는 AI 심전도 기술이 시술 대상자를 조기에 걸러내는 앞단 역할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시술을 고려한다면: 4단계 가이드와 한계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거나 의심 증상이 있다면 아래 순서로 접근하면 됩니다.

1단계, 진단 확정입니다. 두근거림·숨참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심전도와 24시간 홀터 검사로 심방세동 여부와 유형(발작성·지속성)을 확인합니다.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모니터닝 알림이 계기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병원 검사로 확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평소 기록 습관은 웨어러블 헬스 모니터링 정리 글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2단계, 약물 치료 평가입니다. 절제술은 원칙적으로 항부정맥제로 조절되지 않거나 약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자가 대상입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복용 여부도 이 단계에서 함께 정리합니다.

3단계, 시술 방식 상담입니다. 펄스장 절제술 장비를 보유한 병원인지, 내 심방세동 유형이 적응증에 해당하는지, 비급여 비용과 실손보험 보장 범위는 어떤지 확인할수 있습니다.

4단계, 시술과 추적 관찰입니다. 시술후 통상 1~2일 입원하며, 초기 회복기에는 재발처럼 보이는 일시적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어 3개월 정도의 안정화 기간을 두고 경과를 봅니다.

기억해야 할 한계도 몇가지 있습니다.

  • 재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1년 성공률 73% 수준은 기존 시술과 대등하다는 의미이지, 완치를 보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 5년 이상 장기 성적과 전기장 고유 이상 반응(관상동맥 연축, 용혈 등)은 데이터가 축적되는 중입니다.
  • 비급여 시술이라 비용 부담이 크고, 시행 병원도 아직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입니다.

FAQ

펄스장 절제술은 누구나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현재 적응증은 항부정맥제로 조절되지 않는 증상성 발작성 심방세동이 중심이고, 미국에서는 2025년 7월부터 지속성 심방세동까지 넓어졌습니다. 심방세동 유형, 좌심방 크기, 동반 질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부정맥 전문의 상담이 필수입니다.
기존 고주파 절제술과 성공률 차이가 있나요? 효과는 대등하고 안전성에서 차이가 납니다. ADVENT 무작위 임상에서 1년 치료 성공률은 펄스장 73.3%, 열 절제술 71.3%로 비열등성이 확인됐습니다. 대신 1만 7천 명 이상 등록연구에서 식도 손상·폐정맥 협착·영구 횡격막 신경 마비가 0건으로, 열 절제술의 대표 합병증이 구조적으로 줄었습니다.
시술 시간과 입원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시술 자체는 통상 40분에서 1시간 안팎으로 기존 열 절제술의 절반 수준입니다. 대퇴정맥을 통한 카테터 시술이라 가슴을 열지 않으며, 입원은 보통 1\~2일입니다. 시술 시간이 짧아 마취 부담과 방사선 노출도 함께 줄어듭니다.
비용은 어느 정도이고 보험 적용이 되나요? 2024년 12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아닌 비급여 시술입니다. 병원별로 비용이 다르고, 가입한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에 따라 실제 부담이 크게 달라지므로 시술 전 병원 원무팀과 보험사에 각각 확인해 받을수 있는 보장을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작용이 정말 없는 건가요? "없다"가 아니라 "종류가 달라졌다"가 정확합니다. 세브란스 1,000례에서 중대 합병증 0건, 뇌졸중 0.2%, 심장압전 0.4%로 보고됐지만, 관상동맥 연축이나 과도한 펄스 반복 시 용혈 같은 전기장 고유의 이상 반응은 국제적으로 감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술 병원의 경험 건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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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