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7 · 박혜린 (의학연구원)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무엇인가요? 비르효·메드제미나이·M4CXR로 보는 2026 생성형 진단 AI 완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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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은 진단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요?

핵심은 "한 질환에 한 AI"라는 공식을 깨는 데 있습니다.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Medical Foundation Model)은 수백만 장의 의료 영상과 판독문을 통째로 학습해, 흉부 X선의 41개 이상 이상 소견을 평균 2.3초 만에 예비 판독문 형태로 뽑아내는 방식으로 여러 진단 과제를 하나의 모델로 처리합니다. 병리 파운데이션 모델 비르효(Virchow)는 150만 장의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를 학습해 16종 암에서 특이도 기준 AUC 0.95를 기록했고, 후속 모델은 800개 실험실에서 모은 300만 장 이상으로 확장됐습니다.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두면 여러 병변에 두루 쓸수 있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좁은 의료 AI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입니다.

목차

판독 대기 사흘, 그 사이 흐릿하게 지나간 결절

한 지역 종합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있었던 이야기부터 꺼내 보겠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촬영된 흉부 X선이 판독 대기 목록의 마흔 번째쯤에 쌓였습니다. 담당 전문의는 주말을 지나 화요일에야 그 영상을 열었고, 우하엽에 자리한 8mm 남짓의 희미한 결절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사흘이라는 시간은 현장에서 결코 짧지 않습니다. 판독 순서를 사람이 촬영 시각 순으로만 처리하다 보면, 급한 영상이 뒤에 묻히는 일이 생깁니다.

여기에 생성형 의료 AI를 얹으면 흐름이 달라집니다. 촬영과 거의 동시에 모델이 영상을 훑고, 이상 소견이 의심되는 건을 목록 맨 위로 끌어올립니다. 실제로 응급 상황을 지능적으로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AI 도구가 응급 진단 지연을 최대 60%까지 줄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병원의 도입 초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판독 자체의 정확도보다 "무엇을 먼저 볼 것인가"를 정리해 주는 효과가 현장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린다는 점을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진단은 결국 시간 싸움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왜 질환마다 AI를 따로 만들어야 했을까요

한동안 의료 AI는 좁고 깊은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을 읽는 모델, 유방 촬영에서 종괴를 찾는 모델, 뇌출혈을 선별하는 모델이 제각기 따로 개발됐습니다. 각 모델은 자기 임무 하나에는 뛰어났지만, 옆 과제로 넘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데이터를 모으고 라벨을 붙이고 학습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희귀암처럼 사례가 적은 영역에서는 학습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는 일 자체가 벽이었습니다.

문제는 비용과 속도만이 아니었습니다. 병원 현장은 한 장의 영상 안에서 여러 소견을 동시에 봅니다. 흉부 X선 한 장에도 결절, 폐렴, 기흉, 심비대가 함께 담길수 있는데, 소견별로 서로 다른 AI를 돌리는 방식은 임상 흐름과 어긋났습니다. 전자의무기록, 검사 수치, 유전체, 영상, 의학 텍스트가 한 환자 안에서 얽혀 있는데도, 데이터 종류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던 셈입니다. 이 칸막이를 허무는 발상이 바로 파운데이션 모델입니다.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무엇인가요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은 라벨이 거의 없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으로 먼저 익힌 뒤, 소량의 데이터만 더해 여러 진단 과제에 두루 적용하는 대규모 기반 모델입니다. 2023년 네이처(Nature)에 실린 제너럴리스트 의료 AI(GMAI) 개념 논문은 영상·전자의무기록·검사 결과·유전체·그래프·의학 텍스트 같은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하나의 모델이 폭넓게 다루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특정 과제 하나에 맞춰 처음부터 학습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먼저 "의료 데이터를 보는 눈"을 넓게 길러 두고 필요할 때 갈래를 뻗는 구조입니다.

사전학습과 미세조정으로 나뉘는 두 단계

파운데이션 모델의 뼈대는 두 단계입니다. 첫째, 사전학습(pre-training) 단계에서는 수백만 장의 병리 슬라이드나 흉부 영상을 정답 없이 학습하며 조직·병변의 일반적인 표현(feature)을 스스로 잡아냅니다. 둘째, 미세조정(fine-tuning) 단계에서는 특정 병원, 특정 질환의 소량 데이터만 얹어 실제 업무에 맞춥니다. 밑바탕이 두껍기 때문에, 희귀질환처럼 데이터가 부족한 영역에서도 비교적 적은 사례로 쓸만한 성능에 도달합니다. 좁은 AI가 매번 백지에서 출발했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미 상당한 밑그림을 그려 둔 상태에서 붓질만 더하는 셈입니다.

멀티모달,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함께 읽는다

또 하나의 특징은 멀티모달(multimodal)입니다.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판독문 텍스트, 검사 수치, 임상 기록을 함께 엮어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흉부 영상과 과거 판독문을 같이 학습한 모델은 단순히 병변 위치를 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문장 형태의 예비 소견서를 생성합니다. 이렇게 결과를 언어로 풀어내는 성질 때문에 "생성형(generative) 의료 AI"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어디까지 왔나 — 비르효·메드제미나이·M4CXR

개념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으니, 2024년부터 2026년 사이 실제로 이름이 오르내린 모델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병리 쪽에서는 페이지(Paige)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함께 만든 비르효(Virchow)가 대표 주자입니다. 2024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실린 연구에서 비르효는 150만 장의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를 학습해 흔한 암 9종과 희귀암 7종에 걸쳐 임상 등급 성능을 보였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병리 진단에서 임상 등급 성능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로 소개됐고, 후속 모델은 세계 800개 실험실에서 모은 300만 장 이상으로 규모를 키웠습니다. 희귀암은 데이터가 적어 좁은 AI로는 손대기 어려웠던 영역인데, 넓은 밑바탕이 그 벽을 낮춘 것입니다.

언어·멀티모달 쪽에서는 구글(Google)의 메드제미나이(Med-Gemini)가 자주 언급됩니다. 멀티모달 기반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의료에 특화한 모델로, 2026년 기준 USMLE(미국 의사면허시험) 스타일의 의료 질의응답 평가에서 91.1%의 정확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험 점수가 곧 임상 실력은 아니지만, 의학 지식을 언어로 다루는 능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하게 하는 지표입니다.

국내 흐름도 빠릅니다. 딥노이드는 흉부 X선 1,000만 건 이상과 판독문을 학습한 생성형 AI 의료기기 M4CXR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M4CXR은 41개 이상의 이상 소견을 스스로 판독해 평균 2.3초 만에 예비소견서를 자동 생성합니다. 루닛과 딥노이드는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두고 32B(320억 파라미터)급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딥노이드의 MedZero-32B는 약 1페타바이트(PB) 규모의 영상·텍스트를 학습하는 멀티모달 모델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모델개발 주체데이터 규모특징
비르효(Virchow)페이지·마이크로소프트슬라이드 150만~300만 장병리 16종 암, 희귀암 포함
메드제미나이(Med-Gemini)구글멀티모달 대규모의료 질의응답 91.1%
M4CXR딥노이드흉부 X선 1,000만 건 이상41개 소견, 예비소견서 자동 생성

제너럴리스트 의료 AI는 무엇이 다른가요

좁은 AI와 파운데이션 모델의 차이를 사용자 효익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문제는 확장성입니다. 병원이 새 질환에 AI를 도입하려 할 때마다 별도 개발 프로젝트를 열어야 했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밑바탕을 공유하므로, 새 과제를 붙일 때 필요한 데이터와 시간이 줄어듭니다. 덕분에 사례가 드문 희귀질환까지 다룰수 있는 폭이 생깁니다.

둘째 문제는 맥락입니다. 좁은 모델은 병변 하나를 표시할 뿐, 그 소견이 환자의 다른 검사 결과나 병력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은 영상·텍스트·수치를 함께 읽어 문장으로 근거를 제시합니다. 판독의가 "왜 이 소견을 의심했는지"를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어, 결과를 그대로 믿기보다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흐름은 에이전틱 AI(Agentic AI)입니다. 2026년은 생성형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과업을 이어가는 자율형 비서로 진화하는 원년으로 이야기됩니다. 영상 우선순위 분류, 예비 판독문 작성, 후속 검사 제안까지 여러 단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시도가 임상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 의사에게 있습니다.

병원 현장의 활용과 도입 4단계

실제 병원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이 자리 잡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한 순서를 밟습니다. 처음부터 진단을 대신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을 덜어 주는 지점부터 들어옵니다.

1단계는 우선순위 분류입니다. 촬영 즉시 모델이 이상 소견 의심 건을 앞으로 당겨, 급한 환자가 대기열 뒤에 묻히지 않게 합니다. 앞서 소개한 결절 사례처럼, 사흘이 걸리던 확인을 당일로 앞당기는 효과가 여기서 나옵니다.

2단계는 예비 판독문 초안입니다. 모델이 소견을 문장으로 정리해 초안을 만들면, 판독의는 백지에서 쓰지 않고 초안을 다듬습니다. 반복적인 정상 소견 기술에 드는 시간을 줄여, 어려운 영상에 집중할 여유가 생깁니다.

3단계는 다기관 검증입니다. 한 병원 데이터로만 학습한 모델은 다른 병원의 장비·촬영 조건에서 성능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여러 기관에서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환자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모델만 함께 키우는 연합학습이 이 대목에서 쓰입니다.

4단계는 규제 승인과 실사용입니다. 생성형 의료기기로 품목허가를 받고, 대형병원에서 성능을 검증한 뒤 실제 업무에 편입됩니다. 이런것이 갖춰져야 비로소 "연구용"을 넘어 "임상용"이 됩니다. M4CXR의 식약처 허가와 4분기 상용화 계획이 이 단계의 국내 사례입니다.

아직 넘지 못한 한계

기대가 큰 만큼 짚어야 할 한계도 분명합니다.

우선 환각(hallucination)입니다. 생성형 모델은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소견을 문장으로 만들어 낼수 있습니다. 판독문처럼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서에서는 이 위험이 특히 무겁기 때문입니디, 사람 의사의 최종 검토가 빠질 수 없습니다.

다음은 편향과 일반화입니다. 특정 인구·장비에 치우친 데이터로 학습하면, 다른 집단에서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넓어졌다고 해서 모든 병원,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통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은 검증과 책임의 문제입니다. 모델이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오진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제도적 합의도 아직 정리 중입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진단의 출발선을 앞당기는 도구이지, 의사의 판단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FAQ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은 의사를 대체하나요? 현재로서는 대체가 아니라 보조에 가깝습니다. 우선순위 분류, 예비 판독문 초안, 소견 정리처럼 사람의 반복 작업을 덜어 주는 역할이 중심입니다. 최종 진단과 책임은 사람 의사에게 있으며, 생성형 모델은 사실과 다른 소견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어 반드시 검토를 거칩니다.
기존의 좁은 의료 AI와 무엇이 다른가요? 좁은 AI는 질환 하나에 모델 하나를 따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먼저 학습해 밑바탕을 넓게 깔아 두고, 소량의 데이터만 더해 여러 과제에 적용합니다. 그 덕분에 데이터가 적은 희귀질환까지 비교적 적은 사례로 다룰 수 있고, 영상·텍스트·수치를 함께 읽는 멀티모달 판단이 가능합니다.
정확도는 믿을 만한가요? 과제에 따라 다릅니다. 병리 파운데이션 모델 비르효는 16종 암에서 AUC 0.95 수준의 임상 등급 성능을 보였고, 메드제미나이는 의료 질의응답에서 91.1%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시험·연구 성적이 곧 모든 병원의 실사용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병원마다 장비와 환자군이 달라 다기관 검증이 필요합니다.
진단 시간은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나요? 국내 M4CXR은 흉부 X선에서 41개 이상 소견을 판독해 평균 2.3초 만에 예비소견서를 생성합니다. 응급 상황을 지능적으로 분류하는 AI가 진단 지연을 최대 60%까지 줄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판독 자체보다 "무엇을 먼저 볼지" 정리해 주는 효과에서 크게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쓰이고 있나요? 네, 상용화 단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딥노이드의 M4CXR은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고, 대형병원 성능 검증을 거쳐 상용화가 진행 중입니다. 루닛과 딥노이드는 32B급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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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