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31 · 박혜린 (의학연구원)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란 무엇인가요? 웨어러블 센서·V3 검증·디지털 엔드포인트로 보는 2026 임상 측정 혁신 완전 정리

#정밀의학#디지털바이오마커#digitalbiomarker#디지털엔드포인트#v3검증#웨어러블임상#디지털헬스기술#원격임상시험#의술트렌드

디지털 바이오마커란 무엇이고 기존 바이오마커와 어떻게 다른가요?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를 이해하는 핵심은 "무엇을 재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 재느냐"에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반지·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헬스 기술(DHT)로 걸음걸이, 심박, 수면, 목소리처럼 일상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신호를 모아 질병 상태를 수치로 바꾼 지표입니다. 2008~2022년 사이 130여 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1,300건 넘는 디지털 엔드포인트를 임상시험에 사용했고, 그중 약 25%가 1차 평가지표로 쓰였습니다. 혈액 한 방울로 특정 순간을 찍는 분자 바이오마커와 달리,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병이 나아지고 나빠지는 궤적을 며칠, 몇 주 단위로 연속해서 따라간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목차

왜 지금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주목받나요

한 신경과 임상시험 코디네이터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는 파킨슨병 신약 2상에서 환자의 운동 기능을 6개월에 한 번, 병원에 온 날 30분 동안 의사가 눈으로 보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30분이 환자의 진짜 상태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약을 먹은 직후 컨디션이 좋을 때 방문한 환자와, 약효가 떨어진 오후에 온 환자의 점수가 뒤섞였고, 진행이 느린 병에서 6개월 간격은 변화를 잡아내기엔 너무 성긴 그물이었습니다.

기존 임상 측정에는 세 가지 구조적 비효율이 잇습니다. 첫째, 측정이 드문드문합니다. 병원 방문 사이의 긴 공백은 그대로 데이터 공백이 됩니다. 둘째, 주관적입니다. 환자 스스로 "지난주에 얼마나 힘들었나요"를 떠올려 답하는 설문(PRO)은 기억의 왜곡에 취약합니다. 셋째, 인위적입니다. 진료실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5분간 걷는 모습이 집에서의 실제 생활을 대신하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바로 이 세 지점을 겨냥합니다. 손목의 센서는 24시간 쉬지 않고,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제 삶의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읍니다. 임상 현장에서 "스냅샷"을 "동영상"으로 바꾸는 전환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특히 원격 임상시험(DCT)이 늘면서,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측정 도구로서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있습니다.

같은 '바이오마커'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혈액이나 조직에서 분자를 읽는 기존 바이오마커와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성격이 꽤 다릅니다. 아래 표로 정리하면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구분분자 바이오마커디지털 바이오마커
측정 대상혈액·조직 속 분자(유전자·단백질)걸음·심박·수면·음성 등 행동·생리 신호
수집 방식채혈·생검 등 침습적 검사웨어러블·스마트폰 등 비침습 센서
측정 빈도병원 방문 시점 단발일상 속 연속 측정
강점세포 수준 기전 정보실생활 기능·시간 궤적

이 표에서 보이듯 두 접근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입니다. 분자 바이오마커가 "몸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알려준다면,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그 일이 환자의 실제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정밀의학이 성숙할수록 두 데이터를 함께 읽는 통합 분석이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V3 검증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스마트워치가 걸음 수를 세거나 심박을 잰다고 해서 그 숫자가 곧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용 건강 데이터와 임상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사이에는 엄격한 검증의 강이 놓여 있습니다. 이 강을 건너는 표준 다리가 바로 디지털의학회(DiMe, Digital Medicine Society)가 2020년 npj Digital Medicine에 제시한 V3 프레임워크입니다.

V3는 세 단계의 검증을 뜻합니다.

단계영문질문확인하는 것
검증Verification센서가 원신호를 정확히 잡고 저장하나하드웨어가 물리량을 제대로 측정
분석적 밸리데이션Analytical Validation알고리즘이 원신호를 올바른 지표로 바꾸나가속도 데이터 → 걸음 수 변환의 정확도
임상적 밸리데이션Clinical Validation그 지표가 실제 건강 상태를 반영하나걸음 수 감소 → 질병 악화의 연결

첫 번째 검증은 센서 자체의 문제입니다. 가속도계가 실제 움직임을 얼마나 충실히 기록하는지, 데이터가 유실 없이 저장되는지를 봅니다. 두 번째 분석적 밸리데이션은 소프트웨어의 문제입니다. 손목에서 나온 미가공 가속도 신호를 "분당 몇 걸음"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로 바꾸는 알고리즘이 정밀하고 정확한지를 검증합니다. 세 번째 임상적 밸리데이션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렇게 얻은 걸음 수 지표가 정말로 그 환자의 병이 나빠지고 있음을 말해 주는지, 임상적으로 해석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세 단계를 모두 통과했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의 측정값은 "용도에 적합한(fit-for-purpose)"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인정받습니다. 같은 스마트워치 심박 데이터라도 어떤 맥락(context of use)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검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디지털 엔드포인트와 규제: FDA·EMA는 어디까지 왔나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임상시험에서 약의 효과를 판정하는 공식 잣대로 쓰일 때, 이를 디지털 엔드포인트(Digital Endpoint)라고 부릅니다. 규제기관이 이 잣대를 신뢰할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관문인데요. 미국 FDA는 2016년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을 통해 약물개발도구(DDT) 적격성 심사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특정 신약에 종속되지 않고, 바이오마커나 임상결과평가(COA)를 정해진 사용 맥락 안에서 미리 자격 인증해 두는 길입니다.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보행 속도 95백분위수(stride velocity 95th centile)입니다. 유럽 EMA는 이 디지털 지표를 보행이 가능한 뒤셴 근이영양증(DMD) 연구의 1차 평가지표로 정식 자격 인증했고, 같은 지표가 미국 FDA의 COA 적격성 경로에서도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센서에서 나온 값이 규제기관이 인정하는 신약 승인 근거로 올라선 첫 사례군에 해당합니다.

다만 길은 아직 험합니다. 2025년 npj Digital Medicine에 실린 규제 검토 논문에 따르면, 적격성 심사가 적격성 계획(QP) 단계에 이르기까지 중앙값 32개월, 대리 지표는 47개월이 걸렸습니다. 3~4년에 가까운 시간과 비용이 드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130여 개 기업이 이미 디지털 엔드포인트를 채택했고, 2026년 1월 FDA가 디지털 헬스 규제 지침을 개정하는 등 제도의 문은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병에 쓰이나요: 파킨슨·다발경화증·우울증

추상적인 이야기를 구체적인 질환으로 내려보겠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가장 빠르게 자리 잡은 영역은 신경·정신 질환입니다. 증상이 매일 요동치고, 병원의 짧은 진료로는 그 변동을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 입니다.

다발경화증(MS) ~ 로슈 플러드라이트(Floodlight). 로슈가 개발한 플러드라이트는 스마트폰만으로 다발경화증 활동성을 추적하는 앱입니다. 손가락으로 화면 위 원을 따라 그리는 능동 검사와, 걸음 패턴을 배경에서 조용히 수집하는 수동 모니터링을 함께 씁니다. 6개월에 한 번 신경과를 찾던 환자가 매일 집에서 손의 미세한 떨림 변화를 남기게 된 것입니다.

파킨슨병 ~ 로슈·뉴런23. 2025년 기준 뉴런23(Neuron23)은 초기 파킨슨병 신약 NEU-411의 2상(NEULARK)에서 로슈가 개발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1차 평가지표로 채택했습니다. 보폭·발이 땅에 닿는 각도·발을 떼는 각도 같은 걸음 지표가 파킨슨 운동 점수(MDS-UPDRS III)를 예측하는 독립 변수로 확인됐고, 최근에는 목소리에서 약효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간까지 잡아내는 음성 바이오마커 연구도 나왔습니다.

우울증 ~ 음성 바이오마커. 목소리의 높낮이, 말의 속도, 쉼의 길이 같은 특징에서 우울 증상의 심각도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자가 몇 문장을 말하는 것만으로 상태를 가늠하는 방식은, 설문에 의존하던 정신건강 평가를 객관적 수치로 보완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기존 방식이 "가끔, 주관적으로, 진료실에서" 재던 것을, 새 방식은 "늘, 객관적으로, 생활 속에서" 잰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임상시험은 더 적은 환자로 더 빨리 효과 차이를 증명 할수 있고, 환자는 병원에 덜 오면서도 더 촘촘히 관리받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힘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신호를 몇 가지만 꼽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걸음·보행: 보폭, 보행 속도, 좌우 대칭성으로 신경·근골격 질환의 진행을 봅니다.
  • 심박·심박변이도: 자율신경 상태와 심혈관 부담, 회복력을 추정합니다.
  • 수면·활동량: 밤낮의 리듬 붕괴로 우울·인지 저하의 전조를 잡습니다.
  • 음성·언어: 말의 속도와 쉼, 떨림으로 파킨슨·우울 증상을 수치화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신호 하나하나가 곧바로 바이오마커가 되는 게 아니라, 특정 질환과 사용 맥락에서 검증을 통과했을 때만 임상적 가치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국내 현황과 처음 시작하는 실전 가이드

국내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삼성전자의 삼성 헬스 일부 기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1호로 등록됐고, 식약처는 2023년 별도의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26년부터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에 자율 인증·신고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합니다.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혈압 측정기처럼 웨어러블에서 나온 데이터를 약물 임상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국제 무대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신약 개발 판도를 바꿀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임상이나 연구에 처음 도입하려는 분이라면, 아래 4단계를 따라가면 큰 그림을 잡을 수 있습니다.

  1. 임상 질문을 먼저 정합니다. "무엇을 알고 싶은가"가 기기 선택보다 앞서야 합니다. 진행을 추적할지, 약효를 볼지에 따라 필요한 지표가 달라집니다.
  2. 사용 맥락(context of use)을 좁힙니다. 어떤 환자군에서, 어떤 조건으로 쓸지를 문서로 못박습니다. 이게 흐리면 검증 전체가 흔들립니다.
  3. V3 검증 계획을 세웁니다. 검증·분석적 밸리데이션·임상적 밸리데이션을 각각 누가, 어떤 데이터로 증명할지 미리 설계합니다.
  4. 규제 소통을 조기에 시작합니다. FDA·EMA·식약처와 초기에 접촉해 적격성 경로를 확인하면, 나중에 데이터를 다시 쌓는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용 웨어러블의 숫자와 임상용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혼동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손목시계가 알려주는 수면 점수는 참고용 정보일 뿐, 그 자체로 진단이나 치료 판단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 경계를 아는 것이 이 기술을 제대로 쓰는 출발점 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웨어러블 기기는 같은 말인가요? 아닙니다. 웨어러블은 데이터를 모으는 하드웨어(도구)이고,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그 데이터에서 V3 검증을 거쳐 뽑아낸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결과물)입니다. 같은 스마트워치라도 검증되지 않은 심박 숫자는 바이오마커가 아니며, 정해진 사용 맥락에서 임상적 밸리데이션까지 통과했을 때 비로소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됩니다.
정확도는 기존 병원 검사만큼 믿을 수 있나요?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V3 검증을 통과한 지표는 특정 사용 맥락 안에서 규제기관이 인정할 만큼 신뢰도가 확보됩니다. 실제로 보행 속도 95백분위수는 EMA가 뒤셴 근이영양증 임상의 1차 평가지표로 자격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일반 소비자용 데이터는 참고 정보 수준으로 봐야 합니다.
상업적으로, 즉 신약 허가 근거로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습니다. 다만 FDA의 약물개발도구(DDT) 적격성 심사나 EMA·식약처의 상응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심사는 계획 단계까지 중앙값 32개월이 걸릴 만큼 오래 걸리지만, 한번 인증되면 여러 신약 임상에서 반복 사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개발 비용을 낮춥니다.
기존 임상 방식과 비교해 무엇이 가장 크게 절감되나요? 시간과 표본입니다. 6개월에 한 번 재던 것을 매일 연속으로 재면 변화를 더 민감하게 잡아내, 더 적은 환자로 더 빨리 효과 차이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또 원격 임상시험과 결합하면 환자의 병원 방문 부담과 중도 탈락률을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안은 어떻게 되나요? 24시간 생체 신호를 모으는 만큼 프라이버시 설계가 필수입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의료제품법과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안전성·성능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데이터 최소 수집과 익명화·암호화가 기본 원칙으로 요구됩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참조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