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6 · 박혜린 (의학연구원)

드 노보 단백질 설계(De Novo Protein Design)란 무엇인가요? AI가 항체를 처음부터 만드는 2026 신약 개발 완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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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노보 단백질 설계(De Novo Protein Design)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단백질을 컴퓨터에서 원자 단위로 새로 그려내는 기술입니다. 2026년의 핵심 변화는 RFdiffusion·RFantibody 같은 생성형 AI가 표적을 지정하면 그 자리에 딱 맞는 항체와 결합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는 점인데요. 동물 면역이나 무작위 라이브러리 없이 신약 후보를 만드는 이 방식은 자이라·제너레이트 같은 기업의 임상 파이프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원리·기존 방식과의 차이·2026 임상 현황·한계를 의료 연구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목차

연구실에서 처음 마주친 "설계된 단백질"

몇 해 전 단백질공학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가 화면에 낯선 리본 구조 하나를 띄웠습니다. 자연계 어디에도 없는, 컴퓨터가 그린 단백질이라고 했는데요. 처음엔 그냥 예쁜 그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발표자가 이어서 실험 데이터를 보여줬을 때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그 가상의 구조를 실제로 대장균에 발현시켜 정제했더니, 예측한 모양 거의 그대로 접혔고, 지정한 표적에 붙었습니다.

그때 저는 종양 바이오마커에 붙는 항체를 찾느라 몇 달째 하이브리도마와 파지 디스플레이를 돌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쥐를 면역시키고, 수백만 개 클론을 스크리닝하고, 그중 하나 건지면 다행인 방식이었죠. 그런 저에게 "표적을 정하면 붙는 단백질을 그려서 준다"는 말은 솔직히 비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반신반의하며 관련 논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뒤 2~3년 사이 이 분야가 논문 몇 편이 아니라 조 단위 투자와 임상 파이프라인으로 커지는 걸 지켜보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여정에서 제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드 노보 단백질 설계가 대체 무엇이고, 왜 지금 의료·제약 현장이 주목하는지, 그리고 아직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최대한 담담하게 풀어보겠습니다.

드 노보 단백질 설계란 무엇인가요

한 줄로 요약하면, 드 노보 단백질 설계는 기존 단백질을 조금 고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기능을 먼저 정하고 그 기능에 맞는 단백질을 백지에서 새로 만드는 접근입니다.

여기서 산업의 오래된 병목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단백질은 생명 현상 대부분을 실제로 수행하는 일꾼입니다. 효소, 항체, 호르몬, 수용체가 전부 단백질인데요. 그런데 이 일꾼을 새로 얻는 방법은 오랫동안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하나는 자연이 이미 만들어 둔 단백질을 찾아 조금 개량하는 것, 다른 하나는 무작위에 가까운 후보 무리를 엄청나게 만들어 그중 쓸 만한 걸 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느리고, 비싸고, 운에 기댑니다.

드 노보 설계는 질문의 방향을 뒤집습니다. "이 단백질은 무슨 일을 할까"가 아니라 "이 일을 하려면 어떤 단백질이어야 할까"를 먼저 묻는 것이죠. 아미노산 서열이 정해지면 3차원 구조가 정해지고, 구조가 정해지면 기능이 정해진다는 단백질의 기본 원리를 거꾸로 타고 내려가는 셈입니다. 기능 → 구조 → 서열 순으로요.

문제는 이 역방향 계산이 지독하게 어렵다는 데 있었습니다. 아미노산 20종이 수십~수백 개 늘어서는 조합은 사실상 무한대라서, 사람이 규칙으로 풀기 어려웠습니다. 이 지점을 생성형 AI가 파고들었습니다. 잘 정리된 리뷰 논문들은 드 노보 설계를 임상 단백질 응용의 전환점으로 표현하는데요, 그 전환의 엔진이 바로 다음에 볼 확산(diffusion) 기반 모델입니다.

RFdiffusion은 어떻게 단백질을 그리나요

한 줄 요약: RFdiffusion은 이미지 생성 AI가 잡음에서 그림을 만들어내듯, 원자 잡음에서 시작해 단백질 뼈대를 조각해내는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202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의 워싱턴대 단백질디자인연구소(IPD)에서 나왔습니다. 작동 방식은 의외로 직관적입니다. 처음에 원자들을 아무 의미 없는 무작위 위치에 흩뿌려 놓습니다. 그다음 이 잡음을 조금씩 걷어내면서, 우리가 원하는 성질—특정 표적에 붙거나, 안정적으로 접히거나, 효소 활성 부위에 들어맞는—을 가진 뼈대 구조가 드러날 때까지 반복해서 다듬습니다. 마치 안개가 걷히며 형체가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데요.

실제 신약 설계에서는 RFdiffusion 하나만 쓰지 않습니다. 보통 세 단계 파이프라인으로 엮입니다.

1단계 · 뼈대 생성: RFdiffusion이 표적 표면에 기하학적으로 들어맞는 결합 단백질의 뼈대(backbone)를 만듭니다. 2단계 · 서열 채우기: ProteinMPNN이라는 모델이 그 뼈대에 어떤 아미노산을 배치해야 결합력이 좋을지 서열을 설계합니다. 3단계 · 검증: 알파폴드(AlphaFold)로 설계한 서열이 정말 의도한 대로 접혀 표적에 붙는지 예측하고, 그중 유망한 후보만 골라 실험으로 넘깁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는데요. 이 세 모델은 원래 서로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어 붙이자 "설계 → 채우기 → 검증"이라는 하나의 흐름이 됐습니다. 베이커 연구진은 후속으로 단백질뿐 아니라 DNA와 저분자까지 상대로 결합 구조를 설계하는 확장 모델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일부 벤치마크 연구에서는 특정 생화학 검출용 결합체 설계에서 RFdiffusion의 실측 성공률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AI가 "그럴듯한" 구조를 그리는 것과, 실험실에서 실제로 접히고 붙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뜻입니다.

항체를 처음부터: RFantibody의 등장

항체는 현대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 계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그동안 특정 에피토프(항원의 특정 부위)에 붙는 새 항체를 순수하게 컴퓨터로만 설계하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체 개발은 동물 면역이나 무작위 라이브러리 스크리닝에 의존했습니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드는 방식이죠.

RFantibody는 이 벽을 겨냥합니다. 원리는 RFdiffusion을 항체 구조에 맞게 미세조정(fine-tuning)한 뒤, 효모 디스플레이 스크리닝과 결합해 실제로 붙는 후보를 걸러내는 방식인데요. 처음엔 나노바디 같은 작은 조각 수준이었지만, 이후 중쇄와 경쇄를 모두 갖춘 완전한 항체 가변영역까지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이 성과는 베넷(Bennett), 왓슨(Watson) 등이 참여하고 베이커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으로 정리되어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습니다. IPD는 사용자가 지정한 에피토프에 원자 수준 정밀도로 붙는 항체를 처음부터 생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더 눈여겨볼 점은 RFantibody 소프트웨어가 학술·개인·상업 용도로 무료 공개됐다는 것입니다. 도구가 열려 있으면 확산 속도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앞서 말한 "반신반의"가 조금 풀렸습니다. 예쁜 그림을 넘어, 표적을 미리 지정하고 그 자리에 붙는 항체를 설계한다는 건 신약 개발의 출발점 자체를 바꾸는 일이니까요.

기존 신약 개발과 무엇이 다른가요

정리하면 차이는 "찾기"에서 "설계하기"로의 전환입니다. 표로 비교해보겠습니다.

구분기존 방식 (탐색 기반)드 노보 설계 (생성 기반)
출발점자연 단백질·기존 항체 라이브러리원하는 기능·표적 명세
항체 확보동물 면역, 파지·효모 라이브러리 스크리닝에피토프 지정 후 in silico 설계
난치 표적접근 가능한 부위가 적으면 사실상 포기좁은 부위·막관통 단백질도 시도 가능
소요 시간수개월~수년, 운에 의존초기 후보를 며칠~수주로 단축 가능
검증여전히 실험 필수여전히 실험 필수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드 노보 설계가 실험을 없애는 게 아닙니다. AI는 실험에 넣을 후보의 질을 높이고 수를 줄여줄 뿐, 마지막 확인은 세포와 시험관에서 이뤄집니다. 국내에서도 포항공대와 베이커 연구팀이 공동으로 바이러스 유사 단백질 구조체를 설계하는 등 응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설계 다음에 반드시 실측 검증이 따라붙습니다.

특히 의미가 큰 지점은 "난치 표적"입니다. 자이라(Xaira)는 세포 밖으로 드러난 부위가 거의 없는 다회 막관통 단백질처럼, 치료 표적으로는 검증됐지만 약을 붙이기 어려웠던 대상을 겨냥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붙일 자리를 찾기 힘들던 표적을, 설계 기반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셈입니다.

2026 임상 현황: 자이라·제너레이트·인실리코

한 줄 요약: 2025~2026년은 이 기술이 "논문"에서 "임상 후보"로 넘어간 시기입니다.

자이라 테라퓨틱스(Xaira Therapeutics)는 2024년 4월,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가 넘는 자금으로 출범했습니다. 베이커 교수가 설립에 참여했고, RFdiffusion·RFantibody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합류해 있습니다. 바이오파마트렌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AI로 새 단백질을 설계해 난치 표적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Generate Biomedicines)은 생성 생물학(generative biology) 플랫폼으로 후보를 만드는데요. 다수 영역에서 전임상 후보를 쌓고 있으며 첫 IND(임상시험계획) 신청이 2026~2027년으로 예상됩니다. 중증 천식 대상 지속형 항-TSLP 항체 GB-0895는 임상 단계에서 평가되고 있고, 코로나19를 겨냥한 GB-0669 항체도 초기 임상에 올라 있습니다.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의 항섬유화 저분자 억제제 INS018_055는 AI가 설계한 물질로는 이례적으로 후기 임상 단계까지 진입했습니다. 이 물질은 단백질 설계라기보다 저분자 생성에 가깝지만, "AI 설계 물질이 임상에서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요한 참고 사례로 함께 언급됩니다.

세 회사의 결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시사적입니다. 어떤 곳은 항체, 어떤 곳은 저분자, 어떤 곳은 플랫폼 자체에 무게를 둡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파이프라인을 채우던 단계를 지나, 이제 임상 후보를 내놓는 단계로 옮겨왔다는 것이죠.

실전 이해 가이드: 4단계로 따라가기

이 기술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다음 순서로 개념을 잡으면 덜 헷갈립니다.

1단계 · 방향부터 확인하기. 기존 신약이 "좋은 단백질을 찾는" 일이었다면, 드 노보는 "필요한 단백질을 그리는" 일입니다. 이 방향 전환 하나만 붙잡아도 절반은 이해한 겁니다.

2단계 · 예측과 설계를 구분하기. 알파폴드는 서열을 넣으면 구조를 예측합니다. RFdiffusion은 원하는 구조·기능을 넣으면 서열을 설계합니다. 방향이 반대예요. 둘은 경쟁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안에서 협력합니다.

3단계 · "설계 ≠ 완성" 새기기. AI가 후보를 그렸다고 약이 된 게 아닙니다. 발현·정제·결합·안정성·독성·면역원성을 실험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설계는 출발선을 앞당길 뿐입니다.

4단계 · 관전 포인트 정하기. 앞으로는 "몇 개를 설계했는가"보다 "임상에서 어디까지 갔는가", "면역원성 문제가 없었는가"를 보면 됩니다. 자연에 없던 단백질일수록 우리 몸이 낯설게 반응할 위험이 있어서, 이 대목이 실제 성패를 가릅니다.

이 네 단계를 머릿속에 넣어두면, 새 발표가 나올 때마다 그것이 진짜 진전인지 마케팅인지 스스로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FAQ

드 노보 단백질 설계는 알파폴드와 같은 건가요? 아닙니다. 알파폴드는 아미노산 서열을 입력하면 그 단백질이 어떤 3차원 구조로 접힐지 예측하는 도구입니다. 반대로 RFdiffusion 같은 드 노보 설계 모델은 원하는 기능이나 결합 표적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구조와 서열을 새로 만들어냅니다. 방향이 정반대인데요. 실제 신약 파이프라인에서는 RFdiffusion으로 설계한 뒤 알파폴드로 검증하는 식으로 둘을 함께 씁니다.
AI가 설계한 항체는 정확도가 믿을 만한가요? 2026년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서는 사용자가 지정한 에피토프에 원자 수준 정밀도로 붙는 항체를 설계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모든 설계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 벤치마크에서는 실측 성공률이 낮게 나오기도 해서, AI는 유망한 후보를 좁혀줄 뿐 마지막 확인은 반드시 실험으로 이뤄집니다. "정확하다"보다 "실험 효율을 크게 높인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 기술로 만든 약을 지금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나요? 아직은 대부분 전임상·초기 임상 단계입니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의 첫 IND 신청이 2026~2027년으로 예상되고, 일부 항체는 임상에서 평가 중입니다. 즉 상용 처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신약은 임상 1·2·3상과 규제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지금은 "임상 문턱을 넘기 시작한 단계"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기존 항체 개발 방식은 이제 사라지나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물 면역이나 라이브러리 스크리닝은 여전히 강력하고 검증된 방법입니다. 드 노보 설계는 이들을 대체한다기보다, 붙일 자리가 마땅치 않던 난치 표적처럼 기존 방식이 약했던 영역을 보완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당분간은 두 접근이 병행되며 서로의 후보를 교차 검증할 가능성이 큽니다.
상업적으로 활용해도 되는 기술인가요? RFantibody 소프트웨어는 학술·개인·상업 용도로 무료 공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설계 도구가 열려 있다는 의미이고, 실제 신약으로 개발·판매하려면 별개의 임상·규제·특허 절차가 따릅니다. 도구 접근성과 의약품 상용화는 다른 문제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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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