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9 · 박혜린 (의학연구원)

베이스 에디팅·프라임 에디팅이란 무엇인가요? CRISPR 너머 단일 염기 교정과 빔·프라임메디슨·버브 2026 차세대 유전자 교정 완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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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교정 치료는 이제 DNA를 자르는 단계를 넘어, 잘못된 글자 하나를 조용히 고쳐 쓰는 단계로 넘어왔습니다. 베이스 에디팅(Base Editing)은 이중가닥을 절단하지 않고 단일 염기 하나를 다른 염기로 바꾸고,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은 원하는 서열을 표적 위치에 직접 써넣습니다. 2023년 승인된 카스게비가 1세대 가위라면, 빔 테라퓨틱스·프라임 메디슨·버브 테라퓨틱스가 이끄는 이 기술은 정밀도와 안전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다음 세대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기술의 원리, 2025~2026년 임상 현황, 안전성과 비용, 한국 도입 상황까지 정리합니다.

목차

생후 7개월 아기를 위해 6개월 만에 만든 치료제

2025년 초,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의료진은 한 영아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이름은 KJ 멀둔(KJ Muldoon), 진단명은 CPS1 결핍증이었는데요. 요소회로장애 가운데 가장 중증으로 꼽히고, 혈중 암모니아가 쌓여 초기 영아기 사망률이 약 50%에 달하는 병입니다. 기존에는 마땅한 근본 치료가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아기 한 명만을 위한 베이스 에디터를 설계하기로 합니다. KJ가 가진 고유한 변이를 겨냥해, 그 한 글자를 교정하는 도구를 지질나노입자(LNP)에 실어 정맥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세포 모델 제작에 약 1개월, 편집 전략 확정에 2개월, 영장류 안전성 확인에 5개월, 임상 등급 제조와 FDA 승인까지 약 6개월. 생후 7개월과 8개월에 두 차례 투여가 이뤄졌고, 아기는 첫 입원 307일 만에 퇴원했습니다. 이 사례는 2025년 5월 ASGCT에서 발표되고 NEJM에 실리며 세계 최초의 환자 맞춤형(n-of-1) 생체 내 유전자 교정 치료로 기록됐습니다(출처: Innovative Genomics Institute).

여기서 핵심은 속도만이 아닙니다. 이 치료가 DNA를 잘라내지 않고 글자 하나만 바꾸는 베이스 에디팅이었다는 점, 그리고 환자 한 명을 위해 맞춤 제작이 가능할 만큼 기술이 성숙했다는 점입니다. 유전자 가위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DNA를 자르는 방식의 한계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CRISPR-Cas9은 유전자 교정의 문을 열었습니다. 표적 DNA를 찾아가 이중가닥을 끊고, 세포가 스스로 복구하는 과정을 이용해 유전자를 망가뜨리거나(녹아웃) 새 서열을 끼워 넣습니다. 2023년 12월 FDA가 승인한 카스게비(Casgevy, 엑사셀)가 대표 사례인데요. 겸상적혈구병과 베타지중해빈혈 환자의 조혈모세포에서 BCL11A를 억제해 태아헤모글로빈 생산을 늘리는, 세계 최초의 CRISPR 기반 치료제입니다(출처: Vertex).

문제는 '자른다'는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 이중가닥 절단(DSB) 이후 세포는 비상 복구 경로(NHEJ)에 의존하는데, 이 과정은 정밀하지 않습니다. 원치 않는 삽입·결실(인델)이 생기거나, 드물게 염색체 일부가 뒤바뀌는 전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점돌연변이 하나가 원인인 질환을 고칠 때, 정작 그 한 글자를 정확히 바꾸기보다 주변을 헝클어뜨릴 위험이 따라온다는 의미입니다.

유전 질환의 상당수는 단 하나의 염기가 잘못된 점돌연변이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가위로 끊지 않고, 그 글자 하나만 조용히 바꿀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서 다음 세대 기술이 출발했습니다.

베이스 에디팅이란 무엇인가

베이스 에디팅은 2016년 하버드·브로드연구소의 데이비드 리우(David Liu) 연구팀이 발표한 기술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DNA를 자르지 않고 화학적으로 염기 하나를 다른 염기로 바꾸는 것입니다. 절단 기능을 잃은 Cas9 또는 한쪽 가닥만 살짝 자르는 닉카아제에 탈아미노효소(deaminase)를 붙여, 표적 위치의 염기를 직접 변환합니다.

두 가지 대표 도구가 있습니다. 시토신 염기 편집기(CBE)는 C를 우라실로 바꾸고, 세포가 복제하면서 이를 T로 읽어 결과적으로 C→T(반대 가닥은 G→A) 전환을 만듭니다. 아데닌 염기 편집기(ABE)는 리우 연구실의 니콜 고델리(Nicole Gaudelli)가 개발했는데, A를 이노신으로 바꾸면 중합효소가 이를 G로 읽어 A→G(T→C) 전환이 일어납니다. 사람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점돌연변이의 상당 부분이 이 네 가지 전환으로 교정 가능한 범위에 들어갑니다(출처: Addgene Blog).

비유하자면 CRISPR-Cas9이 문장을 통째로 오려내고 다시 붙이는 가위·풀이라면, 베이스 에디팅은 오타 난 글자 위에 정확히 펜으로 덧써 고치는 교정 도구에 가깝습니다. 이중가닥을 끊지 않으니 인델이나 전위 위험이 크게 줄고, 그만큼 의도치 않은 유전적 변화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바꿀 수 있는 글자의 종류가 정해져 있고, 표적 주변의 같은 염기까지 함께 바뀌는 '주변부 편집(bystander)' 가능성은 남습니다.

프라임 에디팅이란 무엇인가

베이스 에디팅이 정해진 몇 종류의 글자 교환만 가능하다면, 프라임 에디팅은 더 자유롭습니다. 2019년 같은 리우 연구팀의 앤드루 안잘론(Andrew Anzalone)이 주도해 발표한 이 기술은, 표적 위치를 찾아가는 정보와 새로 써넣을 서열 정보를 한꺼번에 담은 특수 가이드(pegRNA)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닉카아제와 결합한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가 붙어, 한쪽 가닥에 작은 흠집을 낸 뒤 그 자리에 새 서열을 직접 '기록'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검색 후 교체(search-and-replace)라고 부릅니다. 워드 프로세서에서 찾기·바꾸기를 누르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12종의 점돌연변이는 물론 작은 삽입과 결실까지 교정 범위에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도 이중가닥을 통째로 끊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 알려진 질병 유발 변이의 대부분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대신 구조가 복잡한 만큼 편집 효율을 끌어올리고, 전달체 안에 큰 분자를 담아 세포까지 보내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2025년 들어 첫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서, 실험실 개념을 넘어 환자에게 도달한 기술이 되었습니다.

활용 사례를 하나 그려 보겠습니다. 과거에 만성육아종병 환자는 평생 감염을 두려워하며 예방적 항생제와 항진균제에 의존하거나, 합병증 위험이 큰 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기증자를 찾기 어렵고 거부반응 위험도 따랐습니다. 프라임 에디팅은 환자 자신의 세포에서 잘못된 글자만 교정해 되돌려 넣습니다. 기증자가 필요 없고, 면역세포의 살균 기능이라는 근본 원인을 직접 되살립니다. 같은 병을 두고 '관리'에서 '교정'으로 접근 방식이 바뀐 셈입니다.

시장 전망과 환자가 알아둘 점

시장조사기관들은 프라임 에디팅을 포함한 차세대 교정 시장이 2030년 약 234억 달러 규모로 커지고, 연평균 24% 안팎으로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CRISPR 기반 유전자 편집 시장만 떼어 봐도 2024년 약 32억 달러에서 2030년 116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특히 가파릅니다(출처: Allied Market Research).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지금 단계적으로 점검해 볼 사항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진단명이 단일 유전자 변이에서 비롯된 질환인지 확인합니다. 둘째, 유전 상담을 통해 본인의 정확한 변이 종류를 파악해 둡니다. 변이 종류에 따라 베이스 에디팅이 맞을 수도, 프라임 에디팅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국내외 임상시험 등록 정보를 검색해 모집 중인 연구가 있는지 살핍니다. 넷째, 담당 전문의와 임상 참여의 이득과 위험을 함께 검토합니다. 화제성에 휩쓸리기보다, 본인 상황에 맞는 근거를 차분히 확인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빔·프라임메디슨·버브: 2026 임상 지형

이 기술을 환자에게 가져가는 대표 기업이 셋 있습니다.

빔 테라퓨틱스(Beam Therapeutics)는 베이스 에디팅 선두 주자입니다. 겸상적혈구병을 겨냥한 BEAM-101은 2025년 7월까지 30명 투여를 마쳤고, 2026년 말 허가 신청(BLA)을 목표로 합니다.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을 노리는 BEAM-302는 환자 체내에서 변이를 교정하고 정상 단백질 생산을 회복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는데요. FDA와 가속승인 경로를 협의 중입니다(출처: Beam Therapeutics IR).

프라임 메디슨(Prime Medicine)은 세계 최초로 프라임 에디팅 임상에 진입했습니다. 만성육아종병(CGD)을 표적하는 PM359는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체외에서 교정한 뒤 다시 넣는 방식인데, 2025년 12월 NEJM에 초기 환자 데이터가 실렸습니다. 면역세포의 살균 기능이 임상적으로 유효한 수준 이상으로 회복됐고, PM359에 기인한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출처: NEJM).

버브 테라퓨틱스(Verve Therapeutics)는 심혈관 영역에서 베이스 에디팅을 시도합니다. VERVE-102는 콜레스테롤을 끌어올리는 PCSK9 유전자를 체내에서 직접 끄는 치료제로, 단 한 번 투여로 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53% 감소했습니다. 이 잠재력을 알아본 일라이 릴리는 버브를 최대 13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출처: Eli Lilly). 한편 in vivo 가위의 또 다른 주자인 인텔리아는 2025년 임상 보류를 겪으며, 이 분야가 여전히 안전성 검증의 한가운데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전달 방식·안전성·비용, 그리고 한국

편집 도구를 어디서 작동시키느냐에 따라 방식이 갈립니다. 체외(ex vivo)는 환자 세포를 꺼내 실험실에서 고친 뒤 되돌려 넣습니다. 카스게비, BEAM-101, PM359가 이 방식인데, 최근에는 전기천공보다 세포 손상이 적은 LNP 전달이 늘고 있습니다. 체내(in vivo)는 편집 도구를 몸 안에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간을 표적할 때는 LNP에 mRNA와 가이드를 실어 보냅니다. 버브와 앞서 본 베이비 KJ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구분CRISPR-Cas9베이스 에디팅프라임 에디팅
작동 방식이중가닥 절단단일 염기 화학 변환서열 직접 기록
교정 범위녹아웃·삽입4종 염기 전환점돌연변이·작은 삽입·결실
절단 위험인델·전위 가능절단 없음절단 없음
임상 단계승인(카스게비)후기 임상초기 임상

안전성의 핵심 쟁점은 표적을 벗어난 편집(오프타깃)입니다. 일부 시토신 편집기는 의도치 않은 단일염기변이를 만들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아데닌 편집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평가됩니다. 연구자들은 더 정밀한 시퀀싱과 개선된 효소 변이체로 이 문제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비용도 현실적인 장벽입니다. 카스게비의 가격은 약 2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30억 원에 이릅니다. 누가 이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느냐는 기술만큼이나 무거운 질문입니다(출처: Genetic Literacy Project).

한국은 어떨까요. 아직 국내에서 상용화된 유전자 가위 치료제는 없습니다. 다만 식약처가 유전자 가위 기반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잇따라 승인하며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툴젠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관련 특허와 연구를 축적해 왔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본인 또는 가족의 질환이 단일 유전자 변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유전 상담을 통해 확인해 두는 것입니다. 차세대 교정 기술의 임상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적응증이 맞다면 임상시험 참여라는 선택지가 열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FAQ

베이스 에디팅과 프라임 에디팅 중 무엇이 더 정확한가요?

둘 다 이중가닥을 끊지 않아 기존 CRISPR-Cas9보다 의도치 않은 변화 위험이 작습니다. 베이스 에디팅은 정해진 4종의 염기 전환에 한해 효율이 높고, 프라임 에디팅은 다룰 수 있는 변이 범위가 훨씬 넓은 대신 구조가 복잡합니다. 질환의 변이 종류에 따라 더 적합한 도구가 달라집니다.

일반 환자가 지금 받을 수 있는 치료인가요?

대부분 임상시험 단계입니다. 1세대인 카스게비는 일부 국가에서 승인됐지만, 베이스·프라임 에디팅 치료제는 아직 시판 전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용화된 제품이 없으며, 적응증에 맞는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 번 교정하면 평생 효과가 지속되나요?

원리상 DNA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단회 치료로 장기 효과를 기대합니다. 실제로 버브의 심혈관 치료제는 단 한 번 투여로 콜레스테롤 감소가 유지됐습니다. 다만 장기 추적 데이터가 쌓이는 중이라, 평생 지속 여부는 임상으로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치료는 비용이 너무 비싸지 않나요?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카스게비가 약 220만 달러 수준이고, 베이비 KJ 같은 맞춤형 치료는 개발 자체에 큰 자원이 듭니다. 다만 제조 공정 표준화와 플랫폼화가 진행되면 단가가 낮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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