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5 · 박혜린 (의학연구원)

집속초음파(MRgFUS)란 무엇인가요? 절개 없이 떨림을 멈추고 뇌 장벽을 여는 2026 비침습 뇌 치료 완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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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초음파로 머리를 열지 않고 떨림을 치료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집속초음파(MRgFUS)는 두피를 절개하거나 두개골에 구멍을 뚫지 않고 뇌 안쪽 표적을 태워 떨림을 멈추는 비침습 뇌 치료입니다. 약이 듣지 않는 본태성진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에서 손 떨림 점수가 3개월 시점에 약 47% 좋아졌고, 이 효과는 5년까지 유지됐습니다. 최근에는 같은 원리를 반대로 써서 뇌를 감싼 혈액뇌장벽을 잠깐 열어 알츠하이머 약물을 뇌로 밀어 넣는 연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 글은 집속초음파의 원리와 적응증, 뇌심부자극술·감마나이프와의 차이, 국내 도입과 비용을 2026년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목차

손 떨림 30년, 수술대 대신 MRI에 누운 환자

예순이 넘은 한 환자분의 이야기로 시작해 볼게요. 물컵을 들면 물이 반쯤 쏟아지고, 국을 뜬 숟가락이 입에 닿기 전에 흔들려 식사 자리가 늘 곤혹스러웠다고 합니다. 서명을 못 해 은행 창구에서 되돌아온 적도 여러 번이었고요. 본태성진전(essential tremor)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30년 가까이 복용했지만, 용량을 올려도 떨림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 환자분이 마지막으로 택한 건 수술칼이 아니라 MRI 장비였습니다. 머리카락을 밀고 금속 틀을 머리에 고정한 채, 두피를 절개하지 않고 진행됐는데요. 시술 중 의료진은 환자에게 낮은 강도로 초음파를 먼저 쏘아 표적 위치를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손으로 나선을 그려 보게 했습니다. 떨림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지점을 찾은 뒤에야 온도를 높여 그 부위를 정확히 태웠습니다. 시술이 끝나고 환자는 그 자리에서 컵의 물을 흘리지 않고 마셨습니다. 회복실을 거쳐 다음 날 퇴원했고요.

이런 장면은 드라마틱하게 들리지만, 집속초음파 치료실에서는 비교적 흔한 경과입니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극적인 건 아니고, 떨림이 부분적으로만 좋아지거나 시간이 지나 일부 재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머리를 열지 않는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환자들이 느끼는 문턱은 크게 낮아집니다.

집속초음파란 무엇인가

떨림이나 강박 같은 뇌 질환을 수술로 다루려면, 그동안은 두개골을 열고 전극이나 기구를 뇌 깊숙이 넣어야 했습니다. 효과는 좋지만 감염·출혈 위험과 긴 회복 기간이 뒤따랐고, 고령 환자나 지병이 많은 분들은 아예 수술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오래된 딜레마를 다른 방식으로 푼 것이 집속초음파입니다.

집속초음파는 정식 명칭으로 자기공명영상 유도 집속초음파(MR-guided Focused Ultrasound, MRgFUS)라고 부릅니다. 고집적초음파(HIFU)라고도 하고요. 원리는 돋보기로 햇빛을 한 점에 모으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피 밖에 두른 헬멧 모양 장치에서 1,000개가 넘는 초음파 진동자가 서로 다른 각도로 음파를 쏘고, 이 음파들이 뇌 안쪽 한 점에서 만나 겹치면서 그 지점의 온도만 55~60도까지 올려 조직을 태웁니다. 지나가는 길목의 정상 뇌조직은 에너지가 흩어져 있어 손상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유도"라는 단어입니다. 시술 내내 MRI가 실시간으로 뇌 온도 지도를 그려 주기 때문에, 의료진은 몇 도까지 올랐는지 눈으로 확인하며 에너지를 조절할수 있습니다. 대표 장비는 이스라엘 인사이텍(Insightec)의 엑사블레이트 뉴로(ExAblate Neuro)로, 전 세계 떨림 치료의 상당수가 이 장비로 이뤄집니다.

절개 없이 뇌를 태우는 원리

집속초음파 치료가 다른 뇌수술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시술 도중 환자가 깨어 있다는 것입니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다 보니, 의료진은 표적을 조금씩 조준하면서 환자에게 계속 상태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진행은 대략 이런 흐름입니다. 먼저 머리를 밀고 스테레오택틱 틀을 고정한 뒤 MRI 안으로 들어갑니다. 다음으로 낮은 온도(약 40~45도)의 초음파를 짧게 쏘아 표적을 "가늠"합니다. 이 단계에서 떨림이 줄면 위치가 맞는 것이고, 혀가 저리거나 걸음이 이상해지면 표적을 미세하게 옮깁니다. 위치가 확정되면 그때 비로소 치료 온도까지 올려 병변을 만듭니다. 되돌릴 수 없는 열 응고이기 때문 에, 태우기 전 이 확인 과정이 안전의 핵심입니다.

두개골은 원래 초음파를 잘 통과시키지 않는 방해물인데요. MRgFUS는 환자마다 두개골 CT를 미리 찍어 뼈의 두께와 밀도를 계산하고, 진동자마다 음파 위상을 보정해 에너지 손실을 줄입니다. 그래서 두개골이 두껍거나 밀도가 낮은 일부 환자는 표적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아 치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술 전 두개골 밀도 비율(SDR)을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나 짚어 둘 부분은 온도 조절의 정밀함입니다. 조직을 완전히 태워 없애는 열 응고는 대략 55도 이상에서 일어나는데, 그보다 낮은 온도로 잠깐만 데우면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신경 활동만 일시적으로 눌러 볼 수 있습니다. 앞서 표적을 "가늠"하는 단계가 가능한 것도 이 성질 덕분입니다. 다시 말해 같은 장비가 낮은 온도에서는 시험용 스위치처럼, 높은 온도에서는 치료용 소작기처럼 작동하는 셈인데요. 이 이중성이 집속초음파를 다른 뇌수술보다 실수에 강하게 만듭니다. 태우기 전에 결과를 미리 확인하고 되돌릴 여지를 남겨 두기 때문입니다.

어떤 병에 쓰이나: 본태성진전부터 파킨슨까지

집속초음파가 가장 먼저, 가장 탄탄한 근거를 쌓은 분야는 떨림입니다. 2016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실린 무작위 대조 임상에서,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본태성진전 환자의 손 떨림 점수는 시술 3개월 뒤 약 47% 개선됐고 12개월까지 40% 수준의 호전이 유지됐습니다. 이후 5년 추적에서도 효과가 대체로 지속됐고요. 이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FDA는 2016년 본태성진전, 2018년 파킨슨병 떨림, 2021년 진행성 파킨슨병의 한쪽 뇌 치료를 차례로 허가했습니다.

적응증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적응증표적 부위상태
본태성진전(약물 저항성)시상 복측중간핵(VIM)FDA 허가, 국내 시행
파킨슨병 떨림시상 VIMFDA 허가
진행성 파킨슨병담창구·시상하핵FDA 허가(한쪽)
강박장애·우울증내낭 전각연구·일부 시행
자궁근종·전립선·뼈전이 통증병변 부위별도 장비로 시행

떨림 외에도 집속초음파는 신경정신질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가 강박장애와 난치성 우울증에 대해 내낭 전각을 표적으로 한 시술 경험을 쌓아 왔는데요. 이런 정신과 영역의 적용은 아직 연구 단계가 많아, 효과와 안전성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궁근종이나 전립선, 뼈전이 통증에 쓰는 집속초음파는 뇌 치료와 원리는 같지만 장비와 절차가 다릅니다. 몸통 장기는 두개골이라는 방해물이 없어 초음파를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MRI 대신 초음파 영상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속초음파"라는 한 단어 안에도 실제로는 여러 갈래의 치료가 들어 있는 셈인데요. 이 글에서 다루는 뇌 치료가 그중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축에 속합니다.

뇌 장벽을 여는 초음파: 알츠하이머와 중독

집속초음파의 최근 흐름 중 가장 흥미로운 건, 조직을 태우는 대신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잠깐 여는 정반대 활용입니다. 뇌는 혈관과 뇌조직 사이에 촘촘한 관문을 두어 해로운 물질을 막는데, 문제는 이 장벽이 치료 약물까지 함께 막는다는 점입니다. 알츠하이머 항체 신약이 뇌로 잘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여기서 미세기포를 혈관에 주입한 뒤 아주 낮은 강도의 초음파를 쏘면, 기포가 진동하며 장벽을 몇 시간 동안만 살짝 벌립니다. 2024년 NEJM에 발표된 소규모 임상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 3명에게 아두카누맙(aducanumab) 항체를 투여하면서 집속초음파로 특정 뇌 영역의 장벽을 함께 열었습니다. 그 결과 장벽을 연 부위에서는 열지 않은 부위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약 32% 더 빠르게 줄었고, 부작용은 대부분 가벼운 두통에 그쳤습니다. 집속초음파재단(Focused Ultrasound Foundation)은 이 연구를 신경치료제 전달의 새로운 길로 평가했는데요. 다만 환자 수가 매우 적어, 실제 인지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대규모 임상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도 도전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은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중독 환자에게 고집적초음파 뇌수술을 적용하는 세계 첫 임상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독과 관련된 뇌 회로를 겨냥한 접근으로, 성공한다면 행동 중독 치료의 문을 새로 여는 셈입니다.

뇌심부자극술·감마나이프와 무엇이 다른가

떨림을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이 집속초음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써 온 뇌심부자극술(DBS)과 감마나이프가 있는데요. 각각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구분집속초음파(MRgFUS)뇌심부자극술(DBS)감마나이프
절개없음두개골 천공·전극 삽입없음
방식초음파 열 응고전기 자극(가역)방사선 응고
효과 시점즉시조절 기간 필요수개월 뒤
양쪽 치료제한적가능제한적
방사선없음없음있음

집속초음파의 장점은 절개가 없고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점입니다. 반면 되돌릴 수 없는 응고라 한 번 태우면 조정이 안 되고, 아직 대부분 한쪽 뇌만 치료합니다. DBS는 자극 강도를 나중에 조절하거나 끌 수 있고 양쪽을 다룰 수 있지만, 기기를 몸에 심고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감마나이프는 절개가 없다는 점은 같지만 효과가 늦고 방사선을 씁니다. 환자의 나이, 지병, 떨림이 양손인지 한손인지에 따라 최선의 선택지는 달라집니다.

치료를 고려한다면: 실전 4단계

집속초음파 치료를 알아보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실제 절차를 4단계로 정리했습니다.

1단계, 진단과 약물 반응 확인. 집속초음파는 대개 약물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본태성진전·파킨슨 떨림 환자가 대상입니다. 먼저 신경과에서 정확한 진단과 약물 조정을 받는 것이 순서입니다.

2단계, 두개골 적합성 검사. 두개골 CT로 두개골 밀도 비율(SDR)을 확인합니다. 이 값이 낮으면 초음파가 표적에 충분히 모이지 않아 치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술 가능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관문이라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3단계, 시술 당일. 머리를 밀고 틀을 고정한 뒤 MRI 안에서 진행합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표적을 조준하고, 손 기능을 확인하며 병변을 만듭니다. 보통 몇 시간이면 끝나고 당일 또는 다음 날 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단계, 비용과 급여 확인. 국내에서 본태성진전 집속초음파 치료법중 상당수는 아직 건강보험이 제한적으로 적용돼, 환자 부담이 큰 편입니다. 반면 뇌심부자극술과 감마나이프는 급여가 되는 항목이 있어, 병원에서 본인 상황에 맞는 비용을 반드시 상담받아야 하는데 부담이 적지 않은편입니다.

FAQ

집속초음파 치료는 얼마나 아픈가요? 전신마취 없이 깨어 있는 상태로 진행합니다. 머리를 고정하는 틀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에너지를 올릴 때 일시적인 어지럼·두통·메스거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시술 중이나 직후에 가라앉는 수준으로, 절개 수술의 통증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효과는 평생 유지되나요? 본태성진전 임상에서는 3개월에 약 47%, 5년까지 상당한 호전이 유지됐습니다. 다만 일부 환자는 시간이 지나며 떨림이 부분적으로 재발하기도 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응고 방식이라, 같은 부위를 다시 태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양손 떨림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나요? 현재는 대부분 한쪽 뇌(한 손)를 먼저 치료합니다. 양쪽을 동시에 태우면 언어·균형 등 부작용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양측 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영역입니다.
기존 뇌수술이나 약물 치료보다 정말 나은가요? "더 낫다"기보다 "선택지가 다르다"에 가깝습니다. 절개가 부담스럽거나 지병이 많아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반면 양손 떨림이거나 나중에 강도를 조절하고 싶다면 뇌심부자극술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도 만능은 아니며,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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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